자동차보험은 소유자를 피보험자로 하여 가입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보험료는 피보험자를 기준으로 계산되므로 차를 살 때 소유자를 누구로 하느냐는 보험료의 차이를 결정하는 중요 요인이 됩니다. 차를 처음으로 구입하여 자동차보험에 가입할 때도 그렇지만 특히 기존에 운행하던 차를 새차로 바꿀 때는 소유자를 누구로 하느냐에 따라 보험료의 차이가 매우 커집니다. 소유자를 잘못 정하면 보험료를 몇 배 더 내게 되어, 심지어는 소유자를 바꾸어 차등록을 새로 하는 사태까지 생기게 됩니다.
왜 소유자의 선택이 보험료에 큰 차이를 가져오나? 차량 소유자의 보험가입경력과 사고경력은 자동차보험료를 결정하는 요소 중에서 핵심적인 부분입니다. 차량 소유자가 바뀐다면 보험가입경력과 사고경력도 바뀌게 됩니다. 보험가입경력에 따른 보험료의 차이는 2004년 6월 기준으로 보면 45%까지 날 수 있고, 사고경력에 따른 보험료의 차이는 210%까지 날 수 있습니다. 두 가지 요소를 합하면 최고 255%가 됩니다. 이런 차이가 한 해만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해가 지날수록 차츰 차이가 줄어들지만, 최초가입자가 11Z등급(보험사에 따라서 81~84%)을 적용 받는 것에서 출발하여 무사고로 19P등급(2007년 기준이며, 2011년까지 증가하여 최고 23P등급)을 적용 받을 때까지 8년(2007년 기준이고, 2011년까지 증가하여 12년) 이상 지속될 수 있습니다. 개인용 승용차의 1년 보험료를 50만원 정도로 본다면 보험료의 누계 차이는 수 백만원도 넘게 될 것입니다.
어떤 경우에 차량 소유자를 잘못 정해서 손해보는 일이 생기나? 가장 흔한 경우가 새차를 할부로 구입할 때 보증인을 세우는 과정에서 생겨납니다. 예를 들어 A씨가 오랫동안 무사고 경력으로 자동차보험을 가입 중인데 새 차를 할부로 구입해야 됩니다. 그런데 자동차 판매 영업소에서 A씨에게 할부 보증인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A씨 집안에서 보증인 자격이 되는 사람은 A씨 본인 밖에 없습니다. A씨는 부득이 보험가입 경력이 전혀 없는 배우자 명의로 새차를 등록한 후 보험사에 연락해 자동차보험을 변경해 달라고 합니다.
보험사는 A씨의 자동차보험을 해약하고 A씨의 배우자 명의로 새 자동차보험을 가입하라고 합니다. 배우자 명의로 계산된 자동차보험료를 받아 본 A씨는 입이 딱 벌어지게 됩니다. 종전에 A씨 명의로 가입할 때는 1년 보험료가 50만원 가량이었는데 배우자 명의로 가입할 때는 150만원이 넘는 것입니다. 이것은 외길 수순입니다. 이미 배우자 명의로 등록된 차량을 다시 A씨 명의로 바꾸지 않는 한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비싼 자동차 등록 비용을 새로 물어야 하고 할부 보증인도 다시 세워야 합니다. A씨의 자동차보험 가입경력과 무사고 할인율을 감안한다면 그것이 더 경제적일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A씨의 자녀가 장성하여 차를 구입해 줄 때도 위와 유사한 경우가 발생합니다. 이럴 때는 차량 소유자를 그냥 A씨로 등록하는 것이 옳습니다. 새차의 운전자만 자녀로 지정해서 자동차보험을 가입하면 A씨의 보험가입경력과 무사고 할인율을 그대로 승계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자동차보험을 '동일증권 계약'이라고 부릅니다.
새차를 살 때 자동차보험을 승계받는 것이 꼭 유리한 것인가?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차량 소유자를 변경하고 자동차보험도 새로 가입하는 것이 더 유리할 경우도 있습니다. 몇 차례의 교통사고를 보험 처리해서 높은 할증률을 부과받고 있다면 새차를 사면서 아예 명의를 변경하여 자동차보험도 새로 가입합니다. 자동차보험 가입경력이 전혀 없는 사람으로 소유자를 정한다면 45%의 보험가입 무경력 할증이 부과되겠지만, 사고할증률이 120%를 넘고 3년간 적용될 예정이라면 차라리 이런 기회에 사고경력을 털어버리는 것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새차를 구입할 때 차에만 집중하다 보면 종종 자동차보험을 간과하는 일이 많습니다. 그러나 자동차보험은 때때로 차량 그 자체보다도 더 큰 경제적인 이해 관계를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새차를 구입할 때는 꼭 자동차보험 전문가와 미리 상의해서 차량 소유자를 결정하시기 바랍니다.